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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포드 가는 길
워터포드 가는 길

 

 

블로그 초보는 이렇게 썼던 글을 다 날리고 다시 쓰게됩니다.. 

임시저장을 누른다는 것이 그만 미리보기만 누른채 창을 닫아버렸다.

좋게 생각하자면 사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글도 아니었고 

새로운 판으로 쉽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 밖에 더 있나요.

 

R군과 나는 친구 C양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는데 사실 반강제로 받아낸 초대장

하도 가고싶다고 칭얼 거려서.. (남의 결혼식장을 가는건 정말 즐겁다.)

결혼식이 열리는 킬케니에서 가까운 R군의 

조부모님이 계시는 워터포드도 들리기로 했다.

할아버지 토마스와 할머니 헬렌을

 R군의 여동생의 18세 생일파티와 

R군의 대학교 졸업식때 뵌적 있었는데,

너무나 따뜻한 분들이셨고 

'이때 아님 또 언제 워터포드를 가보겠어'

여행가는 마음으로 떠나게 되었다.

워터포드에 무슨일이 있을지는 꿈에도 모른채..

 

금요일에 우리는 휴스턴 역에서 5시 쯤 기차를 탔고 

8시정도에 도착했다.

아일랜드에서 학생이면 할인혜택이 많다.

기차요금도 그 중에 하나인데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표를 역에서 찾는것이 훨씬 저렴하다.

학생카드가 있어도 유효기간 지난 카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저번에 리머릭에서 R군과 더블린으로 올라올 때

그의 유효기간이 지난 학생카드는

10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했다.

(역에서 검수원이 티켓 검사를 해도 기차안에서 또 할 수 있으니, 표와 학생카드의 유효기간은 꼭 확인하자)

 

워터포드의 첫모습은 생각보다 시골스럽지 않다는 것

한적하고 소박하지만 촌스럽지는 않았다. 

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토마스와 

격렬한 인사를 나눈뒤 

양 손 무겁게 하이네켄과 피쉬앤칩스를 챙겨들고 

토마스 집으로 향했다.

 

왕년에 B&B 를 운영하셔서 그런지 집은 정말 크고 깔끔하고 

구석구석 잘 꾸며져있었다.

관리가 너무 잘되어있어서 한눈에도 집주인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옆집에 살고 계신 R군의 고모와

캐나다에서 오신 할머니의 큰 언니 

토마스 오랜 친구 크리스와 그의 막내여동생 메리 

그리고 우리.. 담소를 나눴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나만 혼자 방으로 쏘옥 들어가는

 매너를 어른들께 보여드릴 수는 없으니,

리빙룸에서 모두 모여앉아

굉장히 수동적인 자세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수동적인 자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말로 평균나이 약 78세 할머니 할아버지와 

의사소통 하는것도 쉽지 않은데 외국어로 하자니, 이해하기 바빴다.

 

그런 나를 이해해주셔서 그런지, 중간중간 먼저 물어도봐주시고 챙겨주시기는 하였지만 

내가 감히 이야기를 주절주절 할 수 있었던 자리는 

아니였던 것만은 분명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편의 또 다른 브루클린이였다. 

 

그당시, 많은 아이리쉬들은 배고픈 나라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우니

돈을 벌기 위해 혹은 호기심으로, 

미국, 아프리카 혹은 영국으로 떠나서 이민자의 삶을 꾸렸다. 

 

토마스와 헬렌 역시 젊은 시절은 영국 버밍엄에서 보내셨고 

댄스장에서 만나 지금은 아들 3명 딸 2명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까지.. 

그리고 다시 아일랜드 워터포드로 돌아오셨다. 

토마스 친구 크리스는 17세 즈음에 만난 오랜 벗이다. 

안타깝게도 몇 남지 않는 오랜 친구라고 한다. 

크리스는 아프리카에서 군인으로 독일에서 

비지니스를 하시다 지금은 다시 영국에서 사시는데

얼마전, 병을 앓던 부인마저 잃으셨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60여년 정도 사신 헬렌의 큰 언니 

모린은 따뜻함이 절로 묻어 있는 인자한 할머니였다.

미국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전형적인 할머니의 모습이셨다.

모린은 캐나다에서 가정을 꾸리셨지만 최근 남편과 딸을 잃고

아들은 좀 떨어져있지만 캐나다 땅에서 함께 살고 계신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앞 마당 벤츠에 앉아 할머니 모린과 이야기를 나눴다.

남은 인생을 왜 아일랜드로 돌아와 살지 않으실까 하고 여쭤봤다.

한 평생 캐나다에서 사셨으니 이 곳, 아일랜드로 당신 혼자 오시기 

쉽지 않기도 하겠구나 싶더라.

 

나의 첫째 날의 워터포드에서는

내가 감히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한평생 이야기들이었으니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나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에 반도 채 되지 못하지 아니한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으로 좋았지만 동시에 강렬하고

무거워야하는 이야기임에도 가볍게 이야기하는 그들의 삶의 농담에 압도당했다.

그리고 무언가가 슬펐다. 애처로웠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결국엔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그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서 가족을 이루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주는것

참으로 위대한 행복아닌가 싶다.

 

이렇게 첫째 날 밤은 무거우면서도 

그들은 그런 무겁고 무서운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며 흘려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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