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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갓 대학에 들어가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
까먹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9년이 흐른 지금, 나는 사실 반도 하지 못한거같다.
17살,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유럽을 만났고,
거창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로마에서 인문학을 공부해보겠다고 다짐하고
다시 한번 내 스스로 유럽땅을 밟아봐야지, 했다.
그리고 20살, 나는 영문학을 공부하게되었고,
남들은 방학동안 토익학원 다닐때 나는,
인문학 강연을 찾아 다녔고,
남들 취업세미나를 할 때 나는, 학회를 꾸준하게 했다.
남들은 학점관리 할 때
나는 학생회를 통한 '깜찍한 도발'을 꿈꿨고
남들은 아르바이트할 때
나는 거리에 줄곧 나가있었다.
남들보다 학교를 좀 오래 다녔고 덕분에
졸업도 남들보다 늦게했다.
졸업과 동시에 아일랜드로 '여행' 오게되었고
1년이란 시간을 정하고 온 여행이
어느덧 3년이 흘렀다.
하고 싶은 게 많았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것들은 모두 해야하는 성격이라
어찌보면 욕심이 많은건가? 싶다가도
남들의 우선순위와 나의 우선순위가 다른탓에
나름 혼란을 겪기도 했고 그 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곤 나를 위로한다.
세상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데 나는 그 중에
내가 가고싶은 길을 가고 있는거 뿐이라고
한국으로 돌아갈 시기가 다가오는 이 시점,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졌고
스무살 나의 리스트 중에 하나인 블로그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너 참 별나다, 이상하다, 왜그래?
라는 말을 줄기차게 들으면서 때론
나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다가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나는 위에 프로스트가 이야기한 것처럼
남들이 덜 가려는 길을 택했고
9년이 흐른 뒤 걸어왔던 나의 길을 돌이켜보니
나의 선택 하나 하나가 이렇게 큰 변화를 일으켰다.
후회나 실망따위가 아닌 건 분명하다.
백번 생각하고 또 백번 다시 생각해봐도
어리석게 들리겠지만
때론 나를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가장 잘 알 수도 있는 법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이런말을 해주었다.
나는 지금껏 뭐하나 제대로 끝낸 것이 없다고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끝내라고 -
그 말이 나에겐 큰 용기가 되었다.
어차피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한거
조금 더 뻔뻔해지고 누리자고
.
.
.
나의 새로운 공간이 생긴것에 설레면서도
3일안에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첫번째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굿나잇